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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찬 (2017-09-06 18:00:04, Hit : 4009) 
 행운은 악마의 얼굴을 하고 온다

오랫동안 이용했던 피트니스클럽이 갑자기 문을 닫는 바람에 새로 운동할 곳을 물색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았다. 가까운 곳은 시설이나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들고 괜찮다싶은 곳은 거리가 너무 멀었다. 일단 새로운 곳을 알아보는 것을 중단하고 집 근처에 있는 작은 동산을 걷기로 했다. 한 바퀴 도는 데 5분이 채 걸리지 않는 아주 작은 동산이라 운동을 하기에는 적합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무 생각 없이 열 바퀴쯤 걸어보니 땀이 송송 맺히는 것이 그런대로 운동이 되는 것 같았다. 동산에는 제법 쓸 만한 운동기구들도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무 산소 운동도 가능했다.

며칠 그 곳을 오가며 운동을 해보니 지하에 위치한 피트니스클럽을 이용하는 것보다 좋은 점이 많았다. 무엇보다 제법 울창한 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을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걸을 때 느끼는 상쾌함은 피트니스클럽의 트레드밀 위에서 TV화면을 보면서 걷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같은 코스를 반복해서 도는 것이 따분했지만 새소리를 들으며 숲길을 걷다보면 복잡한 마음도 정리되고 새로운 구상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원래 다니던 피트니스클럽이 문을 닫지 않았다면 이런 좋은 경험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오랫동안 거래했던 해외공급처가 어느 날 갑자기 파산했을 때 하늘이 노래지는 것 같았다. 잡다한 거래처들을 정리하고 수입의 대부분을 그 업체와의 거래에 의존했던 터라 앞으로 살아갈 걱정이 태산 같았다. 아무 대책 없이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던 중 새로운 공급처가 제 발로 나타났다. 파산한 거래처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독립해서 새로 사업을 시작했다며 같이 일해보자고 했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지만 내심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아이템의 특성상 자본도 있어야 하고 경험도 무시할 수 없었는데 새로 사업을 시작한 친구는 모든 면에서 믿을만한 구석이 없는 약관의 청년이었다.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새로운 공급처는 든든한 투자자를 확보해서 거액의 오더를 소화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으며 일처리 또한 깔끔했다. 기존에 거래하던 업체 사장은 사업능력은 뛰어났지만 신뢰성 면에서 문제가 많았다. 물량을 확보하기가 힘든 상황임에도 덥석 덥석 오더를 컨펌해 놓고 펑크를 내기 일수였고 제 때 물건을 실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할 때마다 거짓 스케줄을 남발하여 애를 태운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관계를 끊고 싶은 마음이 굴뚝갚았지만 대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관계를 이어갈 수 밖에 없었는데 새로운 파트너를 만나고 나서 그 동안 겪었던 문제들이 일거에 해결되었다. 오더를 펑크내는 일도 없었고 선적이 지연되는 경우도 드물었으며 거짓 스케줄로 장난을 치지도 않았다. 기존의 거래처가 파산했을 때 걱정이 태산 같았지만 오히려 맘 편히 일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

살다보면 예기치 못한 일로 궁지에 몰릴 때가 있다. 아무런 탈출구가 보이지 않않는 막다른 골목에 몰려서 극단적인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이 실제로 현실에서 나타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오히려 막다른 골목인줄 알았는데 갑자기 탄탄대로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닥치더라도 낙담할 필요는 없다. 행운은 악마의 얼굴을 하고 오는 법이다. 전화위복이란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공지] 출처공개 요망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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