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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찬 (2015-11-06 09:44:03, Hit : 6758)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었다. 30여 년 전에 문을 닫은 잡화점에 우연히 들어 선 좀 도둑 세 명이 과거의 시점에서 보내 온 고민상담 편지에 답장을 보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면서도 감동적으로 풀어 쓴 작품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은 나이 일흔을 앞두고 고독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고민 상담에 나선다. 아무 것도 내세울 것이 없는 잡화점 주인이 남의 고민을 상담해준다는 소문에 주간지에서 취재를 했고 기사가 실린 이후로 상담 건수가 급속히 늘어났다. 그 중에는 진지한 내용도 있었지만 대개는 장난으로 또는 골탕을 먹이기 위해서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잡화점 주인은 아무리 사소한 질문이라도 최선을 다해서 정성껏 답장을 해주었고 그와 같은 정성이 통했음인지 점차 진지한 고민거리를 들고 오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그 중에는 해결책을 제시하기가 힘든 어려운 문제들도 많았다. 자신의 답장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잡화점 주인은 최선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12년 전 인터넷공간에서 무역 상담을 시작했던 때가 오버랩이 되었다. 첫 번째 책이 운 좋게 베스트셀러가 된 후 쇄도하는 문의전화와 메일을 감당하기 힘들었던 나는 공개적으로 답변을 함으로서 중복되는 질문에 대한 반복적인 답변을 피하겠다는 생각으로 나의 개인 웹사이트에 상담실을 오픈하였다. 처음에는 뜸했던 공개질문이 시간이 지나갈수록 늘어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의 상담건수가 3천 건을 훌쩍 넘어섰다.

문의 내용은 다양했다. 간단한 무역용어의 뜻을 묻는 것부터 구체적인 사례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 것도 많았고 개인적인 진로에 대한 조언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는 내내 마음에 걸렸던 것은 내가 과연 잡화점 주인처럼 모든 상담 건에 대해서 최선을 다해서 답변을 올렸느냐 하는 것이었다. 때로는 바쁘다는 핑계로 때로는 잘 모르는 내용이라는 이유로 성의 없는 답변을 올린 적은 없었던가? 잡화점 주인처럼 나의 답변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던가?

한 때는 돈이 생기는 일도 아닌데 왜 사서 이런 고생을 하나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웹사이트에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해서 속을 썩일 때는 이걸 핑계로 웹사이트를 폐쇄함으로서 답변을 제 때 올리지 못해서 받는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거란 생각까지 했다. 물론 보람을 느낀 적도 많았다. 간단한 답변이나마 큰 도움이 되었다는 답 글을 접할 때나 특히 학생들이 진로를 결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답 글을 접했을 때는 상담실을 운영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상담의 끈을 놓지 못했던 잡화점 주인은 아들에게 자신의 서른  세 번째 기일에 잡화점의 상담창구를 부활시킨다는 공고를 내달라고 부탁한다. 이 장면을 읽으면서 내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와 상담실의 미래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언젠가 내가 이 세상을 떠나거나 그 전이라도 나의 정신이 맑지 못해서 더 이상 답변 글을 올리지 못하게 되었을 때 나에게 조언을 구하기 위해서 웹사이트를 찾은 사람들의 실망감을 어떻게 달래줄 것인가?      

책에서는 30여년 후에 다른 사람들이 답장을 보내주는 기적이 일어났지만 나의 웹사이트에서 그런 기적이 일어날 리 만무하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는 법. 나를 포함해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언젠가는 사라지고 만다는 단순한 진리 앞에 잠시 숙연해진다. 그래도 나는 행복하다. 비록 인터넷 공간에서나마 나의 조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 잡화점 주인이 고민 상담을 통해서 인생의 의미를 추구하듯이 나에게 허락된 남은 시간 중에 일부라도 남을 위해서 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김대연 (2016-01-28 10:17:29)  
선생님은 훌륭한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계시지만 더 훌륭한 인품을 가지신 것 같습니다.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훌륭한 인품이 되길 기도합니다.
 오유승 (2016-05-17 21:00:30)  
그때는 그리운 분들을 만날수 있겠지요 . 책서두에 어머님을 그리워하셔서 ..
감동스럽게 한권한권씩 읽어가고 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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